만족스러운 현대 아반떼 N 시승기
만족스러운 현대 아반떼 N 시승기
콤팩트한 차체에 단단한 서스펜션, 야무진 파워트레인과 파워풀한 배기음 그리고 손에 닿을 수 있는 가격.
현대 아반떼 N은 현대자동차의 라인업에서 중요한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디비전 N은 ‘레이스 트랙에서 느낄 수 있는 운전의 재미를 일상에서도 전달한다’는 목표 아래 브랜드를 키워갔다.
지난 2017년 아쉽게도 한국에선 볼 수 없었던 i30 N을 시작으로 벨로스터 N을 거쳐 코나 N, 아반떼 N과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까지 출시됐다.
짧은 시간안에 N 브랜드 이미지는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아마추어 모터스포츠 시장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낮췄고 레이스 트랙을 방문하는 차량의 반은 N 브랜드의 배지를 달고 있으니 말이다.
그 중에서도 아반떼 N은 특히 주목받았다. 국내외 전문가들과 마니아를 막론하고 좋은 평가를 받았다.
스포츠 드라이빙이 중심인 자동차지만 일상 영역도 적당히 아우를 수 있고 심지어 가격마저 합리적인 수준으로 구성됐으니 미워할 구석이 없었다.
그랬던 아반떼 N도 지난 여름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기본 모델인 아반떼가 페이스리프트를 맞이해서다.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전면부의 디자인이 수정된 것 외에는 이렇다할 내외관의 변화는 찾아볼 수 없었다.
파워트레인 역시 기존과 동일하며 하체의 세팅이 조금 변화된 정도. 시승기를 위한 만남이 조금은 늦은 셈이다.
부분변경 이전 아반떼 N은 세 번의 만남이 있었다.
한 번은 DCT 모델이었으며 두 번은 수동 모델이었다. 그리고 이번 아반떼 N 시승은 또 다시 DCT 모델이다.
차체의 색상은 얼티메이트 레드 메탈릭이다. N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색 립 대신 은색 립이 장착된다는 점에서
나름의 차별화가 이루어 졌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취향으로 부분변경 이전의 디자인이 더 마음에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기본 모델에서 적당한 무게감을 더한 도어를 열고 운전석에 앉아보자.
시승차는 버킷 시트 옵션이 장착됐고 인테리어 디자인 역시 기존과 동일하다.
기본 모델의 인테리어 완성도가 워낙 높기에 불만은 없다. 버킷 시트는 기대 이상으로 본격적이다.
슬프게도 하체가 굵은 체형을 가진 탓에 일상적인 주행에서는 제법 불편함이 느껴진다.
데일리 드라이빙을 목적으로 둔다면 기본 시트와 버킷 시트를 꼭 비교해서 앉아보고 고르길 권하고 싶다.
제법 추워진 날씨 탓에 냉간 만족스러운 현대 시동시 배기음이 제법 크다.
주변 이웃들의 따가운 눈초리를 받을 정도는 아니지만 이리저리 눈치는 보인다.
주행거리는 이제 막 6,000km를 넘긴 시승차지만 가변 배기 플랩이 떠는 소리가 실내로 스며들어온다.
유명 N 동호회 ‘N크루’를 살펴보니 흔히 발생하는 증상으로 구형 모델에서도 문제가 지적됐으며 관련 수리를 받은 이들이 적지 않다.
상품성 개선이라는 명목의 부분 변경 모델에서 이러한 점을 고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반떼 N은 레이스 트랙에서 느낄 수 있는 재미를 일상의 영역으로 가져온다고 자신하는 모델이다.
퍼포먼스는 그에 걸맞은 수준을 발휘한다. 2.0ℓ 직렬 4기통 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280마력
(NGS 사용시 290마력)에 최대토크는 40.0kg·m를 발휘하며 6단 수동 변속기 혹은 8단 습식 DCT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 데일리 드라이빙으로 활용하기에 어려움은 없다.
시속 100km 전후의 정속 주행에서는 15~16km/ℓ의 연비를 보여줘 장거리 여행에도 기름값 부담은 덜한 편이다.
댐퍼의 감쇠력을 낮춘 상태에서는 일상 주행에서의 승차감도 개선됐다.
어라운드 뷰 등의 편의사양도 늘어났지만 차고가 예상하는 것보다 낮은 편이라 그것만 조심하면 일상 영역에서의 만족도도 높은 편.
다만 DCT 특유의 작동감이 지하 주차장 오르막에서 정지 후 출발하는 상황이나 꽉 막힌 시내도로 등 일부 상황에선 피로감을 전달한다.
물론 차의 목적을 생각했을 때 단점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일종의 작동 특성이라고 봐야 옳다.
대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며 변속기의 단수를 높이면 등 뒤를 가볍게 두드리는 변속 충격으로 운전의 즐거움을 더한다.
스티어링 휠의 파란 버튼을 누르면 가면을 바꾸듯 N 모드로 바뀐다.
계기판의 그래픽은 회전계를 중앙에 크게 띄우며 펀 드라이빙에 목마른 운전자를 부추긴다.
엔진 회전수를 높인 뒤 가속 페달에 힘을 풀면 들을 수 있는 이른바 ‘팝콘 사운드’도 적극적이다.
체감상 이전 모델 보다 볼륨이 더 커지고 폭발하는 소리도 마치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연발한다.
때문에 도심에서 이를 듣는 것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꽤나 폐를 끼치게 될 것 같다.
남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는 것 역시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덕목 중 하나다.
섀시의 강성을 키우며 하체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에 급격한 조작에도 섀시가 엉키거나 버거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