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교육 이수;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이 있다. 완력, 재력, 권력 등 종류를 불문하고 큰 힘을 가진 이들은 행동에 따른 여파가 크기에 힘을 신중히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자동차에도 해당한다.
일반 승용차보다 열 배는 크고 무거운 화물차의 경우 운전자가 차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할 경우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내기 마련이다.
덩치는 승용차 만하지만 대형 화물차보다 강한 출력을 내는 고성능 스포츠카 역시 마찬가지다.
조만간 호주에서 고성능차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규제가 추가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남호주 도시 애들레이드에서 람보르기니 우라칸 운전자가 난폭운전으로 보도에 서 있던 15살 소녀의 목숨을 잃게 한 사고가 발단이었다.
피터 말리노스카스 남호주 총리는 피해 유가족을 직접 만나 국가가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 약속했고 최근 이를 실행으로 옮기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Carbuzz 등 외신에 따르면 피터 말리노스카스 남호주 총리는 지난 24일(현지 시각) 고성능차 운전자들에게 추가 교육 이수와
TCS(Traction Control System. 구동력 제어 장치) 무단 비활성화 금지 등의 안전 규제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포츠카 교육 이수
여기에는 치명적인 사고에 과실이 있는 운전자의 면허를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박탈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운전자 대부분은 평범한 세단, SUV 또는 미니밴 등으로 면허 시험을 치르며 이들 출력의 몇 배 이상을 발휘하는 고성능차를 제어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다.
현재 판매되는 고성능차는 운전이 비교적 쉬워졌다지만 일반 차량만 운전하던 이들이 고성능 차량을 운전할 경우 사고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좋은 취지지만 일부 자동차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반발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고성능차를 새로 구입하는 신규 운전자뿐만 아니라 이미 고성능차를 운행하던 운전자들까지 소급 적용시키기로 한 것이다.
해당 법안이 도입될 경우 이들은 고성능차 운전 경력과 상관없이 추가 안전 교육 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러야 한다.
또한 어느 나라도 고성능차의 법적 기준을 정한 전례가 없으며 자동차 업계에서도 그 기준이 모호한 만큼 고성능차 범위 지정에도 난항이 따를 전망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반 승용차 기준 200마력 이상을 내면 고성능으로 인정하는 분위기였지만
지금은 200마력은 고사하고 300마력 이상을 내는 승용차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전기차 시대에 들어서며 동급 내연기관 모델은 물론, 스포츠카의 범주까지 넘나드는 승용 전기차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상황이다.
아이오닉 5를 예로 들면 롱레인지 듀얼모터 모델 기준 최고출력 325마력, 0-100km/h 5.2초의 고성능을 발휘한다. 고성능을 표방한 내연기관 자동차 아반떼 N도 이에 못 미친다.
심지어 내년에는 600마력에 가까운 출력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고성능 모델 아이오닉 5 N의 출시도 예정되어 있다.
수치상의 성능을 차치하더라도 전기차는 어느 속도에서든 최대토크를 낼 수 있어 운전에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만큼 전동화 시대에 발맞춰 고성능차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으며 아예 고성능차 면허를 신설하자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호주를 시작으로 다른 선진국들도 관련 법안을 도입하며 고성능차 규제가 하나의 흐름으로 자리잡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