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어코드 1.5터보 핸들링이 좋은 패밀리 세단 교과서
혼다 어코드 1.5터보 핸들링이 좋은 패밀리 세단 교과서
세단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는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글로벌 시장도 마찬가지다.
프리미엄 세단 시장은 감소 추세는 비슷하지만 여전히 견고하다. 가장 큰 문제는 대중 브랜드 세단이다.
대표적으로 폭스바겐 파사트는 차세대 모델에서 세단을 단종하고 왜건만 출시한다.
포드는 이미 2020년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 세단 라인업을 모조리 없앴다.
글로벌 1,2위 패밀리 세단인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도 일본 시장에서 판매를 중단했다.
전통적으로 세단 판매량이 압도적으로 높던 한국도 2020년 이후 SUV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달에만 하더라도 베스트셀링 톱10 모델 가운데 현대 아반떼가 7위, 부분변경으로 인기가 반등한 현대 쏘나타가 10위에 겨우 이름을 올렸다.
어코드는 2007,8년만 해도 한국에서 CR-V와 더불어 혼다를 수입차 1위로 만들었던 일등 공신이다.
국내 시장에 어코드가 처음 소개된 것은 1989년 대림자동차를 통해서다.
1988년 수입차 개방 이후 국내 최초로 정식 수입된 일본차였다. 당시만해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후 2004년 혼다코리아가 정식 출범하면서 7세대 모델이 수입됐고 이후 8세대 어코드는 2008년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를 차지하며 베스트셀링 모델의 반열에 올랐다.
혼다코리아는 올해 어코드 11세대 풀체인지를 내놓으면서 하이브리드, 1.5 터보 가솔린 2가지 모델을 출시했다.
하이브리드는 5340만원, 어코드 터보 4390만원으로 1.5 터보쪽이 1천만원 가량 저렴하다.
6년 만에 풀모델체인한 11세대 어코드는 우선 차체가 대폭 커졌다.
전장이 무려 65mm가 길어져 5m에 육박한다.
경쟁 모델인 쏘나타 보다도 50mm가량 길어 길쭉한 모습이다.
대부분 신차들이 앞뒤 오버행을 줄이고 휠베이스를 늘리는 추세지만 어코드는 반대로 노즈를 늘리는 결정을 했다.
얼굴로 인식되는 전면 위치가 상당히 낮아졌고 날카롭고 슬림한 풀 LED 헤드라이트와 매쉬 디자인 그릴은 납작한 인상에 일조한다.
수평형 디자인의 풀 LED 테일라이트가 길게 자리했고 리어 루프부터 트렁크 리드까지 완만하게 떨어지는 패스트백 스타일을 완성했다.
과거 6세대 북미형 어코드와 유사한 인상이다.
옆면은 보닛부터 이어지는 날렵한 루프라인이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지만 1.5 터보 사양에 적용된 17인치 휠 크기가 큰 차체와 긴 오버행에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전반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상이지만 과거 모델의 디자인큐를 적용하면서 올드해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세대의 화려하고 모던한 디자인과는 결을 달리하면서 점잖은 중형세단 디자인으로 회귀했다고 볼 수 있다.
실내 디자인도 외관과 유사하게 담백하다.
아우디와 유사한 분위기의 3개의 다이얼이 놓인 공조기와 독특한 격자무늬 에어밴트 위로는 12.3 인치 디스플레이가 자리한다.
대부분의 조작이 물리버튼으로 구성되어 직관적이며 쓰임새가 좋다.
다만 엠비언트 라이트와 같은 화려한 기능이 없어 아쉽고 여전히 내장재 소재도 저렴해보인다.
부드러운 우레탄과 인조가죽으로 감쌌지만 고급스러움 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췄다.
일본차 답지 않게 크고 선명한 디스플레이는 만족감이 높다.
안드로이드11로 구동되는 디스플레이는 해상도도 좋을 뿐 아니라 동작 반응이 무척 빠르고 자연스럽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부를 음량 다이얼만 남겨놓고 모두 터치 디스플레이 속으로 집어 넣었다.
좌측으로 3cm 가량 할당된 퀵메뉴를 사용자화 할수 있어 빠르게 메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편리하다.
또한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한다. USB-C 타입 포트 두개가 자리하며 무선충전 패드도 장착했다.
차체가 길어지면서 2열 좌석을 2cm 뒤로 늘려 넉넉한 무릎공간을 확보했다.
덩치 큰 성인 2명이 타고 넉넉한 수준이다. 패스트백 스타일이라 걱정을 했던 헤드룸 역시 천장 머리 부분을 파내 불편하지 않다.
트렁크는 한층 깊어져 골프 캐디백 4개를 수납할 수 있다.
트렁크룸 상단에는 2열 시트 폴딩 버튼과 트렁크 덮개 손잡이를 달아 트렁크를 닫을 때 손이 더럽혀지지 않을 수 있다.
더불어 트렁크 안쪽에 두 개의 고리를 부착해 쇼핑백 등을 수납할 수 있도록 했다.
전동 트렁크는 장착되지 않았지만 스프링을 이용해 자동으로 열리는 기능을 지원한다.
국내에 판매중인 1.5 터보는 북미 시장에서 풀 옵션 사양인 EX 모델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국 실정에 맞는 옵션을 추가했다. 가격 인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몇가지 악세사리와 선택 사양을 제외했다.
10.2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썬루프, 메모리 시트, 조수석 전동시트 등 구색을 맞췄지만 19인치 휠을 선택할수 없고 2열 열선시트, 통풍시트가 제외된 것은 아쉬움이다.
어코드의 가장 큰 매력이 드러나는 부분은 파워트레인이다.
1.5L 가솔린 터보 엔진은 평범한 구성으로 보여지지만 효율성이 좋고 여유로운 출력 곡선과 직결감이 높은 CVT 미션과 매칭으로 운전 질감이 무척 부드럽다.
현대차 쏘나타 1.6 터보 사양과 비교했을 때 가속성능이 한결 좋고 일상영역에서는 별다른 단수가 없는 CVT 특유의 부드러운 가속감으로 편안한 승차감에 일조한다.
CVT의 단점으로 꼽히는 고회전 영역에서의 다소 맹한 움직임과 사운드도 변속 로직을 통해 이질감을 최소화 했다.
회전수를 레드존까지 올리면 i-Vtec을 통한 가변 벨브 사운드가 살짝이나마 들려오면서 운전의 재미를 돋군다.
D 드라이브에서 한 단을 내려 S 모드에 진입하면 더욱 적극적으로 락업 클러치가 작동해 빠릿한 엔진 리스폰스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