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진보와 인테리어 디자인 폼팩터의 변화
기술의 진보와 인테리어 디자인 폼팩터의 변화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는 늘 기술의 발전이 주도해왔다. 특히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이런 경향이 뚜렷하다.
최근 제조사를 불문하고 인테리어 폼팩터가 유사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가장 적합하고 아름다운 형태를 최신 기술로 풀어낸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생물은 살아남고자 환경에 알맞게 진화한다. 긴 세월을 거치며 서서히 형태를 바꿔 나간다.
재미있는 사실은 서로 다른 종인데도 진화를 거듭하며 유사한 생김새를 띠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생물학에서는 이를 ‘수렴 진화(convergent evolution)’라고 부른다. 그 모습이 생존에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인테리어가 최근 제조사를 막론하고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탑승자에게 최적의 편의와 이동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진화의 형태인 까닭이다.
최근 자동차의 인테리어에서 도드라지는 트렌드는 ‘단순화’와 ‘디스플레이의 대형화’로 요약할 수 있다.
제조사들의 설계 철학에 따라 각자의 개성을 드러냈던 과거와는 달리, 미니멀리즘 트렌드에 입각하여 대시보드와 센터페시아의 디자인 획일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이는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하드웨어 기술의 발전과 인간 공학 기반의 설계가 영향을 끼친 결과물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동차 인테리어의 핵심 구성 요소로 자리매김한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미디어의 발달과 발맞춰 진화했다.
가령 제조사들은 자동차에 ‘보는 미디어’가 반영되기 이전, 센터페시아의 구성 요소를 비교적 자유롭게 배치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자동차의 오디오는 인테리어 *폼팩터(form factor)를 좌우하는 요소는 아니었다.
집 안에서 라디오를 틀어 두고 뜨개질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것처럼, 청각 중심의 미디어는 내비게이션처럼 수시로 작동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디오 유닛의 위치가 대시보드 상단이나 센터페시아 최하단부에 자리를 잡는 경우가 흔했던 이유다.
1930년대 처음 장착되기 시작한 차량용 라디오는 자동차 최초의 미디어 장치였다.
라디오 주파수 결정을 위한 아날로그 표시 및 조작계는 FM 스테레오 튜너의 적용 이후인 1970년대에 디지털 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
이후 해당 디스플레이는 주행 거리 등의 자동차의 운행 정보까지 표기하기 시작했다.
숫자나 간단한 알파벳 정도만 띄울 수 있었던 ‘디짓 디스플레이(Digit Display)’가 바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효시인 셈이다.
이후 라디오는 카세트 테이프에 이어 컴팩트 디스크(CD)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까지 다룰 수 있는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디짓 디스플레이는 다양한 미디어 정보를 표현하는 데에 기술적 한계에 부딪쳤고, 결국 단색의 LCD(Liquid Crystal Display)에게 자리를 물려줬다.
픽셀 기반의 디스플레이는 보다 세밀한 표현이 가능했고, 이런 장점을 인정받아 점점 표시 면적을 넓혀 나갔다.
1980년대 최초로 개발된 차량용 내비게이션은 1990년대 중반부터 상용화되기 시작했다.
당시 LCD 기반의 컬러 디스플레이로 경로 정보를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은 혁신의 결정체였다.
기술 도입 초기에는 오디오와 별도로 구성되어 지도 정보만 제공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기존 미디어 장치와 연동을 시도했다.
결국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라는 명칭의 통합 멀티미디어 시스템으로 진화한 내비게이션 모니터는 곧 자동차의 주요 정보를 표기하는 메인 디스플레이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