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감히 그랜저를 넘볼까 기아 K8
누가 감히 그랜저를 넘볼까 기아 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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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 K7은 달랐다. 2009년 등장한 1세대 K7은 같은 시기 판매한 현대 그랜저 TG와 다른 매력이 있었다.
최신 플랫폼 N1을 사용해 주행감은 한층 나았고, 최고출력 294마력을 내는 V6 3.5L 자연흡기 엔진과 단단하게 조인 서스펜션으로 젊은 소비자를 유혹했다.
그랜저와 다른 개성은 통했다. K7은 2010년 한 때 준대형차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인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단단한 승차감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기아는 편해야 통한다는 K7의 교훈을 거름 삼아 2021년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이름은 K8, 하나 커진 숫자만큼 크기를 키우고 승차감을 안락하게 다듬었다.
달리는 재미는 줄었지만, 편안한 대형 세단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3년이 흘러 K8 부분변경이 등장했다.
크기는 더 키우고 호불호 나뉘던 앞모습은 새단장했다.
세로형 헤드램프를 사용하고 주간주행등을 가로로 길게 이었다. 앞만 보면 완전 새로운 모델을 보는 듯하다.
뒷모습은 이전과 큰 차이 없다. 테일램프는 투명하게 바꾸고 범퍼 디자인만 살짝 손봤다. 길이도 늘였다.
앞과 뒤를 각각 10mm, 25mm씩 키워 길이는 5050mm에 달한다. 기아 플래그십 세단 K9보다 단 90mm 짧을 뿐이다.
옆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앞과 뒤를 다른 곳에서 디자인해 이어 붙인 듯 조화롭지 않다.
부자연스러운 옆모습과 달리 실내는 준대형 세단의 정석을 보는 듯 말끔하다.
지문이 잘 남는 검은색 플라스틱과 나무 무늬를 흉내 낸 필름 장식 대신 가죽과 부드러운 소재를 곳곳에 사용했다.
변속 다이얼을 뽐내듯 봉긋 솟았던 센터콘솔은 평평하게 다듬고, 컵홀더는 슬라이딩 덮개로 말끔하게 숨겼다.
12.3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를 감싼 플라스틱 부품도 네모반듯하게 바꿔 쓸데없는 기교를 최소화했다.
새로운 편의장비는 차고 넘친다.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는 두 개로 늘리고, 자외선 살균 기능과 열선을 더한 센터콘솔은 좌우로 각각 나뉘어 열린다.
심지어 2열 시트는 열선에 통풍 기능까지 추가했다. 전동으로 움직이는 2열 측면 커튼만 빼면 편의장비만큼은 그랜저에 뒤지지 않는다.
새로운 디자인의 스티어링휠을 잡고 달리면 K8의 성격을 금방 알 수 있다. 달리는 차는 아니다.
우선 운전 자세가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 높다. 시트 높이를 더 낮추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최근 시승한 현대 그랜저와 같은 아쉬움이다. 서스펜션은 힘을 쫙 빼고 노면의 충격을 부드럽게 삼킨다.
2895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 덕에 과속방지턱은 여유롭게 넘는다. 다행히 마냥 출렁이지는 않는다.
드라이브 모드에 따라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댐퍼 압력을 바꾸는 덕이다.
주행모드를 스포츠로 바꾸면 한층 팽팽하게 차체를 붙든다.
변화의 폭은 크지 않지만, 고속주행 안정감은 한결 낫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면 속도 변화에 따라 흔들림을 줄이는 고속도로 바디 모션 제어도 있다.
역동성은 엿보이지 않는다. 스티어링휠을 꺾으면 뒷바퀴는 앞바퀴를 따라 느긋하게 방향을 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