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의 힘 혼다 CR-V 하이브리드
디테일의 힘 혼다 CR-V 하이브리드
그냥 무난한 SUV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생각보다 좋았다.
예상보다 섬세한 면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사진으로 봤을 땐 심심해 보였던 디자인부터 곳곳에 숨은 배려와 의외의 운전 재미까지 갖고 있었다.
심플함 속에 숨은 디테일 디테일의 힘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차별점은 블랙 패키지다.
전면부 스트립을 비롯해 사이드미러, 루프랙, 스포일러 등이 검은색으로 마감돼 있다.
범퍼 하단에 반광 크롬 장식을 넣어 포인트를 줬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전면부를 가로지르는 스트립이다.
스트립이 전면부 디자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가솔린 모델과 달리 하이브리드는 블랙 하이글로시로 마감됐는데,
툭 튀어나와 있어 입체감이 크고, 이를 통해 스포티한 느낌을 준다.
장식 같아 보이는 반광 크롬 장식에는 공기 흡입구가 있다.
측면 에어 인테이크에도 아주 미세하게나마 바람이 지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마련돼 있다.
무심코 지나갈 수 있는 곳들인데, 공기와의 싸움이 중요한 하이브리드 모델 다운 배려다.
일본차 특유의 배려심, 그리고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곳곳에서 이어진다.
앞좌석보다는 뒷좌석 문짝이 더 ‘활짝’ 열린다. 90도에 가까울 정도로 넓다.
카시트를 거치하기에도 편리해 보이고, 어린이나 노약자가 타고 내리기에도 좋아 보인다.
1열과 2열 도어가 만나는 B필러 단차에는 고무 몰딩을 덧대 외부에서 유입되는 소음을 한 번 더 틀어막았다.
인테리어는 혼다의 최근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했다.
수평 기조로 디자인해 너비 감을 강조했고, 공조 장치 등 버튼류 배치를 최소화해 심플함을 강조했다.
9인치 디스플레이와 공조 다이얼 사이를 길게 가로지르는 송풍구에는 허니콤 패턴을 더해 위트를 살렸다.
운전석 클러스터는 절반만 디스플레이로 구성됐다.
속도계는 아날로그 방식이다.
언뜻 이질감이 있을 것 같지만 검은색 바탕에 흰색 조명을 쓴 단순한 디자인 탓에 어색한 느낌은 없다.
좌측 디스플레이는 속도계와 에너지 흐름, 연비 등을 복합적으로 한눈에 잘 보여준다.
실내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거주성이다.
앞좌석 탑승객이 시트포지션을 편안하게 설정하고도 키 181cm의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앉아서 이동할 수 있다.
주먹 한 개 반 정도의 다리 공간과 주먹 한 개 정도의 머리 공간이 확보되고, 등받이까지 젖히니 중형 SUV 그 이상의 공간감을 보여준다.
사륜구동임에도 센터 터널이 최소화돼 더 쾌적하다.
모바일 기기 수요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CR-V 하이브리드의 앞좌석에는 C타입 포트와 USB 포트 각각 1개, 12볼트 시거잭 1개, 무선 충전패드 1개가 마련되어 있다.
2열에도 2개의 C타입 포트가 2개 더 마련되어 있다. 탑승객 모두가 스마트폰을 충전하고도 남겠다.
트렁크 기본 용량은 579리터, 2열 시트를 접으면 1062리터다(VDA 측정 기준).
기내용 캐리어 4~5개 정도는 여유롭게 실을 수 있고, 골프백도 넉넉하게 들어가겠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른바 ‘풀 플랫’은 되지 않는다.
시트를 접으면 약간의 턱이 생기다 보니, 차박을 위해서라면 에어매트를 두툼하게 덧대야 할 것 같다.
2열 열선 시트의 부재, 조수석 뒤에만 있는 시트백 포켓 등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CR-V 하이브리드의 파워트레인은 최고 출력 147마력을 내는 2.0리터 가솔린 엔진과 2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E-CVT와 사륜구동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시스템 합산 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34.2kgf·m이며, 복합연비는 14.0km/l이다. 1.8톤이 채 되지 않는 차체를 끌고 나가기에는 별다른 무리가 없다.
초반에는 전기모터의 넉넉한 힘이 차체를 끌고 나간다. 전기차만큼은 아니지만 토크감이 강력하다.
엔진과 배터리가 서로 간에 동력을 주고받는 상황도 매끄럽고, 고속 주행에서의 정숙성도 만족스럽다.
재미있는 건 회생제동 모드다. 기어 레버를 B로 두거나, 패들시프트를 조작하면 감속을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다.
특유의 울컥거림은 많이 억제됐다. 이렇다 보니 원 페달 드라이빙이 익숙지 않은 사람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겠다.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회수하다 보면 배터리는 순식간에 가득 채울 수 있다.
스티어링이나 서스펜션의 응답성은 차분하고 푹신하다.
방지턱이나 노면 요철 정도는 여느 고급차처럼 능숙하게 넘겨버리는데,
단단한 독일차 성향을 따라가고 있는 국산 SUV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그렇다고 마냥 물렁물렁한 건 아니다.
편안함과 별개로 날카로운 핸들링도 겸비했다.
스티어링 휠을 천천히 돌릴 때와 급격히 조작할 때의 감각이 다르다.
코너링과 차선 변경 상황에서도 안정적이다. 스포츠 모드를 체결하면 마치 혼다의 모터사이클에서 들어봤을 것
같은 카랑카랑하고 높은 회전대의 엔진음이 스피커를 통해 송출된다.
생각보다 자극적이고 자연스러운 소리 탓에 가속 페달에 계속 힘을 주게 된다.
운전자 지원 시스템 혼다 센싱도 수준급이다. 가장 만족스러운 건 레인워치 기능이다.
우측 방향지시등을 켜면 내비게이션 모니터에서 오른쪽 후방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사각지대를 확실하게 보여줘 차선 변경이 익숙지 않은 운전자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더라도 레버 끝단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간단하게 실행할 수도 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똑똑하게 반응한다.
제한속도를 올리거나 차간거리를 좁히도록 설정해도 운전자를 놀라게 하지 않는다.
차분하게 간격을 좁혀나가고 가속도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필요에 따라 차로 유지 기능만 작동시킬 수 있다 보니, 장거리 주행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모두를 위한 CR-V 하이브리드, 가격이 아쉽다
혼다 CR-V 하이브리드는 무난한 속에 숨은 디테일을 찾아보는 재미로 가득했던 차다.
실제로 봤을 때 더 인상적이었던 디자인을 비롯해 널찍하게 열리는 2열 도어, 뛰어난 거주성과 풍부한 편의사양,
재미를 더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똑똑하게 반응하는 주행 보조 시스템이 강점이다.
여러모로 가족을 위한 SUV도 손색없겠다.
다만, 가격이 조금 망설여진다. 5590만원이다. 이전 모델과 비교하면 740만원 올랐다.
풀체인지 모델인 데다, 변화 폭이 크다고는 하지만, 경쟁 모델인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 AWD와 비교해도 850만원 비싸다.
최상위 단일 트림과 함께 합리성을 갖춘 경제형 트림도 있었다면 좋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