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 미니 일렉트릭
새로운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가치 미니 일렉트릭
주행거리가 500km를 넘는 효율적인 전기차부터 7명이 탈 수 있는 대형 전기차까지.
최근 전기차는 매우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전기차들이 내세우는 장점을 완전히 거부한 전기차가 있다.
바로 미니 일렉트릭이다. 미니는 ‘고 카트 필링’이라는 특유의 주행 감각을 기반으로, 전기차에게 주행거리가 전부는 아니라고 당당히 주장하고 있다.
500km 넘게 달리는 전기차가 즐비한 이 시대에 미니 일렉트릭은 여전히 가치 있는 전기차일까? 1년 반 만에 미니 일렉트릭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2024년형 모델이다.
사실 체감되는 변화는 없다.
기존에는 ‘SE 클래식’과 ‘SE 일렉트릭’ 두 가지였던 트림 구성이 SE 일렉트릭으로 단일화됐다.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스티어링 휠 열선, 내비게이션 등이 기본으로 적용되며 옵션 고민이 덜어졌다.
가격이 220만원 오르긴 했지만, 요즘 시국에 이만큼 오르지 않는 차가 어디 있을까.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외모는 여전히 ‘미니’ 그 자체다.
출시 초기 논란을 빚기도 했던 그릴 테두리의 검은 장식은 이젠 익숙해졌고,
원형 헤드램프나 영국의 국기를 본따 만든 테일램프까지 통통 튀는 매력이 있다.
연식 변경되며 추가된 ‘아일랜드 블루’ 색상은 미니 일렉트릭의 디자인과 찰떡 그 자체다.
전기차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 주는 색상일 뿐만 아니라 전면부의 유광 검정 장식, 미니 전기차의 상징인 노란색 장식과도 제법 잘 어울린다.
실내는 기존과 완전히 동일하다. 8.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미니 인테리어의 상징과도 같은 원형 LED가 탑재됐다.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는 5인치 디지털 클러스터와 곳곳에 남겨진 노란 장식은 귀여움을 증폭시켜 주는 요소다.
비행기의 엔진을 켤 것 같이 생긴 독특한 전원 버튼을 누르면 특유의 웰컴 사운드와 함께 차가 깨어난다.
독특한 버튼 모양과 어울리게 마치 우주선을 작동시키는 듯한 오묘한 소리가 흘러나온다.
기어 레버를 한 번 당기고 가속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미니 일렉트릭의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27.5kgf·m로 2.0리터 4기통 트윈 터보 엔진을 품은 미니 쿠퍼 S(192마력, 28.5kgf·m)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한다.
그러나 시작부터 최대 토크가 나오는 전기차의 특성상 발끝에서 느껴지는 경쾌함은 일렉트릭이 훨씬 우월하다.
고조되는 엔진음까지 없으니 운전에 더욱 몰입하기 쉽다.
그러나 미니 일렉트릭의 백미는 가속력이 아닌 코너링, 미니가 주장하는 ‘고 카트 필링’이다.
사실, 그동안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
특히, 전기차인 미니 일렉트릭에서의 고 카트 필링은 당연한 것이고, 과장된 호들갑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브랜드의 전기차를 타든, 어느 차급의 전기차를 타든, 어느 형태의 전기차를 타든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분에 무게중심이 낮아 뛰어난 조작감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 일렉트릭은 스티어링을 움직이는 순간 ‘이게 고 카트 필링이구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스티어링 휠을 살짝만 움직여도 마치 운전대가 도로와 연결되어있는 것처럼 즉각적으로 차가 반응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즐겼던 범퍼카와 비슷하다.
더욱 만족스러운 점은 이런 즐거움이 시종일관 이어진다는 것이다.
시내에서 유턴을 할 때도,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변경할 때도, 램프 구간을 통과할 때도 운전대를 돌리면 의도한 만큼 차가 따라와 준다.
차체가 작고 휠 베이스가 짧은 만큼 앞이 돌기 시작하면 뒤도 금세 따라온다.
배터리와 모터의 무게가 더해지며 승차감도 한층 안정적이다.
좋게 말하면 통통 튀는, 나쁘게 말하면 신경질적인 미니 특유의 승차감이 한 단계 정제되어서 전달되는 느낌이다.
다만, 짧은 주행거리는 여전히 이 차의 사용성을 크게 떨어트린다.
태생이 도심형 전기차고 세컨카로 찾는 수요가 많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159km라는 주행거리는 아쉬울 따름이다.
‘운전의 재미’라는 고집을 위해 배터리를 덜었다고는 하지만, 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짧다는 점은 분명 단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