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닉세그 CC850 인게이지 시프트 시스템 진정한 혁신
코닉세그 CC850 인게이지 시프트 시스템 진정한 혁신
지막으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때가 언제였던가? 두뇌 어딘가에 숨어 있을 무한한 가능성을 쥐어짜는 노력에 대한 이야기다.
보통 이런 아이디어는 수십억달러의 재산을 어떻게 쓸지에 초점을 맞춘 짜릿한 공상 끝에 나온다.
헤아릴 수 없는 부는 대부분 쓸모없지만 상상력을 자극하는 데에 유용하다.
문제는 상상 속에서 모든 내용을 파악하고, 정리하고, 걱정하고 난 뒤 실천하고자 꿈에서 깨면 내 곁에는 부자로 만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없다는 점이다.
코닉세그의 설립자 크리스티안 폰 코닉세그는 내가 발톱을 깎는 주기보다 자주 이런 번뜩이는 순간을 마주한다. 하지만 그는 상상에 머물지 않는다.
성가신 실행 과정을 어떻게 하나하나 돌파하냐고? 그는 비용에 대한 두려움이나 결과에 대한 의구심 없이 모든 일을 단호하게 결정하고 추진한다.
크리스티안의 두뇌가 낳은 최신 아이디어는 바로 신형 변속기다.
이미 매우 복잡하고 혁신적인 9단 라이트스피드 자동변속기에 소프트웨어, 액추에이터, 시프트레버를 더해 수동변속기와 똑같은 형태와 감각, 작동성을 구현했다.
그는 어째서 이런 어려운 일을 벌였을까? 그와 그의 팀은 제스코를 기반으로 한 CC850(최초의 양산형 코닉세그 CC8S의 오마주 모델.
가격이 330만파운드, 54억원에 이른다) 설계 단계에서 CC8S의 6단 수동변속기가 떠오르는 아날로그 감성이 깃든 무언가를 원했기 때문이다.
최고출력 1385마력짜리 V8 5.1L 트윈터보 엔진에서 나오는 최대토크 141kg·m를 모두 소화하는 변속기를 만들 수 있는 유명 부품 공급업체를 찾아 차에 달기만 하면 만사 해결이다.
대부분은 이런 식으로 접근하겠지만, 크리스티안은 달랐다.
이른바 ‘인게이지 시프트 시스템(ESS)’의 장점을 생각하면 이런 접근방식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부품 업체의 기성품을 사용한다면 첫째로 이 변속 시스템처럼 완전 자동 모드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을 마련할 수 없었습니다.
둘째로는 엔진에서 플라이휠을 제거할 수 없는데, 그러면 엔진이 자유롭게 회전하는 특성이 사라집니다.
게다가 기존 수동변속기를 달면 무게가 늘어나죠.
또한 수동 변속 시에만 구동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인증 작업이 필요합니다.” 이제야 우리의 작은 두뇌가 그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듯하다.
수동과 자동을 오가는 이 변속 시스템은 과연 어떻게 작동할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자동변속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야 한다.
두 개의 개별 샤프트에 6개의 전진 기어를 설치하고 기어마다 클러치를 하나씩 짝지었다.
7번째 클러치는 후진용으로 설계했다. 간단히 말해 자전거 변속기처럼 움직인다.
각 샤프트의 클러치를 닫으면 한쪽의 기어 3개 중 하나가 다른 쪽의 기어 3개와 결합해 고유한 기어비를 만들어 총 아홉 가지 비율을 사용할 수 있다.
이 변속 시스템은 동급 듀얼클러치 변속기보다 더 작을뿐더러 무게는 3분의 2에 불과하다.
ESS는 클러치 바이 와이어 및 시프트 바이 와이어 제어 시스템과 몇 가지 재미있는 소프트웨어 로직을 활용해 변속기를 수동으로 조작할 수 있게 한다.
왼발로 클러치 페달을 밟아 7개의 클러치 팩을 모두 열고, 시프트레버를 사용해 기어를 1단에 넣으면 첫 번째 샤프트의 클러치가 준비 상태에 들어간다.
이때 페달에서 발을 떼면 두 번째 샤프트의 클러치가 작동하며 출발하는데, 정말 수동변속기 자동차처럼 운전할 수 있다.
남은 작업은 페달과 시프트레버에 적절한 반발력을 부여해 기계식 변속기의 감각을 모방하는 일뿐이다.
기어비는 9가지 선택지가 있는데, 오픈 게이트에는 6개의 슬롯만 있기 때문에 주행 모드에 따라 해당 슬롯을 어떤 기어비로 사용할지 고를 수 있다.
예를 들어 트랙 모드에서는 1단 기어를 기본값보다 훨씬 더 길게 쓸 수 있다.
이제부터는 이 시스템이 보기보다 실제와 더 가깝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왼발이 클러치 팩을 움직이고 시프트레버로 기어를 맞물리는 과정은 유압유를 쥐어짜거나 물리적으로 금속 조각을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다.
정밀한 전자 장치로 작동한다.
페달을 너무 갑자기 밟으면 차가 멈추고, 클러치가 미끄러지고, 회전수가 너무 높으면 저단 기어에 걸리지 않는 등 기존 수동변속기의 모든 약점을 경험할 수 있다.
있는 그대로 운전하면 끝나는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차가 제대로 움직이면 온갖 시행착오 끝에 얻은 상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든다.
오픈게이트 변속기를 바라보는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진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완벽한 드라이브 코스인 ‘17마일 드라이브’에서 구경꾼 무리가 지켜보는 가운데 마치 초보 운전자처럼 클러치를 미끄러뜨린 후 멈춰서서 태연한 척 연기를 했다.
변명하자면, 시프트레버와 페달의 포스 피드백이 활성화되기 전의 시스템 초기 단계였기에 벌어진 일이다.
슈퍼바이크 엔진처럼 회전하는 사나운 심장을 가벼운 클러치 페달로 균형 잡는 과정은 마치 부엌칼로 저글링 하듯 아슬아슬했다.
고속 주행이 불가능한 시험용 차였기 때문에 이날 CC850을 시승한 저널리스트 중 누구도 핸들링 한계에 대해선 평가하지 못했다.
하지만 변속기만큼은 달랐다. 확실히 수동변속기처럼 보이고, 작동하고, 꽥꽥거린다며 모두가 경이로운 표정으로 감탄을 연발했다.